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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신의직장 공공기관을 퇴사하는 이유 3가지

공공기관 채용경쟁률 1000대1인 기관이 있다고?

코로나로 인해 대기업/중소기업 들이 채용인원을 줄였다. 특히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신입직원을 뽑기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경제상황이 안좋아지면서 채용규모를 줄이고, 필요할때 마다 경력직을 소규모로 채용한다.

이러다 보니 공기업/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하는 대졸 취준생이 엄청 늘어났다. 공채시스템이 아직 있을뿐 아니라, 대졸신입 채용기회가 많다. 대졸자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근무자들도 공기업/공공기관에 몰리는 추세다.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이다. 따라서 구직자의 나이, 성별, 학벌 등을 평가할 수 없다. 채용심사위원에게 완전하게 비밀로 한다. 직무 전문성만을 본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구직자들이 오히려 경력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공공기관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경력을 쌓아서 입사하는 사례도 많다.

공공기관 경쟁률을 보면 이런 쏠림현상이 명확해 진다. 정부산하 공공기관은 총 365개다.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입채용 경쟁률 평균은 100대1 내외이다. 2020년 한국조폐공사의 경우 2명 뽑는데 1,951명이 지원했다. 1000대1의 경쟁률이다. 문재인 정부시절 채용규모를 늘렸던 공공기관은 새 정부 경영혁신 정책에 따라 채용인원을 줄여갈 계획이다. 앞으로 1000대1의 경쟁률이 일상화 될 것이다. 100대1 미만 기관은 소규모 공공기관인 경우가 많고 공기업의 경우는 현재도 100대1 이상이다.

왜 이렇게 공공기관 지원자들이 늘어가는 걸까?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연봉은 6,976만원으로 대기업보다 많고 중소기업의 거의 두 배가 넘는다. 그리고 정년이 보장되어 있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조건의 직장이 많지 않다. 공무원은 정년보장은 되지만 급여가 적고, 그나마 있던 연금도 안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대기업은 IMF를 기점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대기업 가봐야 결국 치킨집이지'이란 말이 농담이 아니다.

나는 취준생때 2개 직장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 소규모 공공기관(그당시 협회)과 외국계 물류회사(머스크해운)이다. 많은 고민을 했다. 외형적으로는 외국계 물류회사가 그럴듯 했다. 하지만 1년에 반 이상을 해외에 체류해야 한다고 했다. 영어면접까지 어렵게 취업한 회사지만 1년 내내 해외에서 보내야 될 것 같았다. 해외 생활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행으로 가는 것과 일로가는 것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지만 업무량이 많지 않고 안정적인 공공기관을 택했다. 그 당시 월급은 작았지만 사업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비전을 본 것도 사실이다. 지금와서 그 당시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20년 넘게 안정적으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렵게 들어온 공공기관을 왜 퇴사하려 하는가?

지금 우리회사도 입사한지 1년 미만 직원 퇴사율이 20%가 넘는다. 10명 중 2명이상이 1년안에 퇴사한다. 우리기관은 서울 한복판에 있다. 지방 이전한 타 공공기관처럼 외진 곳에서 소똥 냄새 맡으며 근무하는 것도 아니다.(해당기관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 왜 이런 좋은 직장을 1년안에 퇴사하는 것일까? 나는 사실 이와 관련해서 인사총무팀장으로 있으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물론 윗사람도 개선방안을 가져오라고 하기도 했다. 우리 기관 뿐 아니라 다른 기관 상황도 물어보면서 원인이 뭔지 한참 고민했다. 그 이유를 한번 적나라하게 말해 보고자 한다.

1. 일한만큼 보상해 주지 않는다.(ft. 성과연봉제)

2016년 공공기관들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민간기업처럼 개인별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을 하는 제도다. 민간기업은 직원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 기업의 설립 목적인 매출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공공기관은 돈을 벌어오는 기관이 아니라 돈을 쓰는 기관이다. 평가기준이 모호하다. 직원별로 업무도 다 제각각이다. 직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없이 누가 일을 잘했다고 평가하는가? 그 평가가 공정한가? 평가결과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연봉 차이가 발생했다. 회사분위기는 거의 평가에 목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직원들은 서로 경쟁상대가 되었다. 신입직원이 와도 멘토는 커녕 방해를 안하면 다행이었다. 조직문화가 한마디로 개판이 되었다. 비단 우리 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국내외 많은 사례와 학술연구를 통해 성과연봉제가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여 조직문화를 해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상황이었다. 글로벌 기업(GE, MS,미쓰비씨,어도비)들로 연봉제를 폐기했다. 미국 공공기관도 2009년에 완전 폐기했다. 우리 기관도 성과연봉제를 무늬만 남겨놓은 상태다. 하지만 그 여진이 많이 남아있다. 직원간 협업보다는 경쟁구도가 팽배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연계된 성과연봉제 도입은 그렇게 부작용만 남겨놓고 떠나갔다.

다양한 채널로 이야기 해본 결과,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이 문제다. 성과평가야 어차피 돌려먹기라고 하는 분위기다. 그러면 일한것에 대한 칭찬이나 인정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열심히 일한 직원보다 팽팽 놀다가 비위 잘 맞추는 직원의 평가가 더좋다면? 누구라도 분노를 느낄 것이다. 나도 경험한 바다. 열심히 일했을 때 인정 안해주면 정말 화가 난다. 우스개 소리가 있다. '열심히 일한 직원은 감사때 징계를 더 많이 받는다','아니 도대체 열심히 일한 직원을 보상은 커녕 감사때 징계를 주다니...' 조기 퇴사하는 직원들 중 많은 비율로 평가와 보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2. 꼰대식 조직 문화

나는 20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정년 퇴직하는 선배를 많이 봤다. 내가 입사하면서 느꼈던 조직문화와 지금의 것을 비교하면 정말 천지개벽된 것 같다. 옛날 이야기를 하면 꼰대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입사 때만 해도 선배님들 커피를 타드리고(참고로 나는 남자다) 재떨이를 비웠다(그 당시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나는 나름 싹싹하게 선배들이 원하는 것을 미리 준비하는 나름 이쁜 후배 직원이었다. 일을 잘하는 직원보다는 선배예우를 잘하는 직원에 대한 평가가 더 좋았다. 그 당시에는 조금 특이한 선배들도 많았다. 근무 중에 갑자기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분도 계셨고, 낮술에 취해 주무시는 분도 계셨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가지만 그 당시에는 암묵적으로 봐주는 분위기였다. 정년까지 근무하는 고참선배에 대한 예우가 각별했다.

지금은 어떤가? 만약 지금도 그랬다면 그냥 꼰대에 월급루팡일 뿐이다. 다들 받은 만큼 일하고, 많이 받는데 일하지 않는다면 분노한다. 어느 조직이 마찬가지지만 일 잘하고 성실한 사람은 몇명 안된다. 공공기관은 일잘러한테 칭찬과 격려보다는 일을 더준다. 그리고 나머지는 빈둥빈둥 한다. 선배직원들은 더 심하다. 신입직원들은 일을 많이 한다(특히 잔업무). 생색나고 쉬운일은 위에서 다 가로채 간다. 그래서 신입직원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티도 안난다. 욕이란 욕은 다먹으면서 일은 많아지는 괴이한 상황이 일상 다반사다. 퇴사사유의 중요 요인이다.

요즘 신입직원들은 자기 업무범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을 줄 안다. 예전처럼 영수증만 던지면서 "처리좀 부탁해" 한 마디로 일을 하지 않는다. "니일은 니가 하세요." 친절한 금자씨 명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너나 잘 하세요.") 자기 일을 선배라는 이유로 넘길 수는 있다. 하지만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할 수 있다. 아직도 공공기관에는 이러한 군대식 조직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퇴사하는 많은 직원들이 "군대식 조직문화를 견디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3. 정년퇴직 이후에는 어떻게 살까?

이건 비단 공공기관 직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직장인들의 숙제다. 퇴직하는 직원들은 현재직장에 불만이 있다. 퇴사하는 직원들 특징이 있다. 겉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만 다른 공공기관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퇴사이유를 물어보면 그제서야 그간 불만을 털어 놓는다. 직장이 집과 가깝거나, 월급을 더 준다 등의 이유로 이직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퇴사가 아니다. 이직러일 뿐이다. 자주 옮겨다니는 것이 면접때 절대 좋은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극복하고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해 퇴사한다.

나는 이직은 정년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대비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규모가 큰 기관인 경우 본인 전문분야에서 교육도 받고 전문가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공공기관 인사원칙은 순환보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공공기관 특성상 퇴직이후에도 전문가로써 안정적인 삶을 살기란 태생적으로 어렵다. 요즘 공공기관 퇴직자 재취업 금지조항도 강화되고 있어 더더욱 쉽지가 않다.

나도 공공기관에서 오랫동안 근무중이지만 정년퇴직이후 삶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 그래서 더더욱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끊임없이 자기개발하고 부업과 N잡에 대해 연구하고 시행한다. 제일 이해가 안가는 사람은 공부한다고 회사를 퇴사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과 시간을 지원해 준다. 공부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것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2030세대의 잦은 이직과 조기 퇴사열풍은 비단 공공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2030 세대는 워라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개발에 대한 욕구가 많다. 하지만 퇴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충분한 준비와 대비책을 갖추고 퇴사해도 늦지 않는다. 힘들게 들어간 기관을 퇴사하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을 잘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고 퇴사하게될 경우 냉혹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