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논란이 이슈화 되고 있다. 일례로 유명 대학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몇달전부터 예약을 해야 어렵게 진료 한번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처음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그냥 "의대 정원수 늘리면 되는 것 아냐?" 라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의대 특성상 무작정 정원을 늘릴 수는 없다.
통상적으로 교수 1명당 의대생수가 증원의 핵심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재직 중인 전임 교원은 1만1502명, 학생은 1만8348명이다. 산술적으로 전임 교원 한 사람이 맡고 있는 학생 수는 평균 1.6명이었다. 거의 일대일 맞춤식 도제교육이 필요한 것이 의과대학교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아마 증원 대상 대학은 교수1명당 1명이하인 10여개 정도의 대학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서 논의의 촛점을 의사의 절대숫자가 부족한것인지 전공/지역별 분포가 문제인 것인지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필수적 의료분야, 지역별 의료공백 메꾸기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작정 숫자만 늘린다고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의사는 정말 부족한가?
의료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확한 의사 인력 수요 예측이 필요하다. 의사 인력 부족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 문제를 초래하며, 과다한 의사 수는 리소스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수요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의대 정원수를 조절해야 한다. 다양한 논의를 통해 정원을 결정지을 때는 관련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의대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현재까지 18년간 동결된 상태이다. 의사수는 그대로지만 인구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의대수요는 급증하는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2.6명이다. 이는 회원국 하위 30% 수준이다. 더 심각한 의대 졸업생 수는 7.26명으로 OECD 39개국중 38위이다.
일단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확대해야 할 정원규모는 인구변화, 의료분야, 지역분포 등 여러요소 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정해야 할 문제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왜 연봉이 높을까?
사실 지방의 의료공백은 이번 의대 정원 확대에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서울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3명인데 도 지역은 1.6명에 불과하다. 의사가 부족하니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중환자는 골든타임에 치료받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다가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기도 한다. 대도시에 비해 도 지역의 입원환자 사망률은 1.2배, 중증응급환자 전원율은 2배 더 높다. 최근 지방 병원에서는 연봉 4억원을 제시하고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충원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의사들이 지방근무시 가장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지방근무를 가장 꺼리는 이유는 자녀교육(58%), 가족과 분리(52%), 친구등 관계단절(42%), 문화시설부족(33%), 배우자직장(25%), 지식 및 정보습득 기회 저조, 환자부족으로 인한 소득저하, 공공시설 부족 등이 있다.
이런 거주 인프라 부족으로 아무리 고액연봉을 제시해도 지방에 의사를 유치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의 연봉은 현재 OECD 가입국중 1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병원에서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더라도 왠만하면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응급실에 의사가 사라지게 될 것인가?
올해 전공의 모집결과를 보면 필수의료 과목의 지원율 성적이 참담하다. 소아청소년과(2.8%), 흉부외과(3.3%), 외과(6.9%), 산부인과(7.7%), 응급의학과(7.5%) 등으로 비인기 과목에는 아무도 사람이 몰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아과나 산부인과의 경우 인구감소에 다른 영향임을 인정하지만, 외과, 응급의학과 같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과는 업무강도에 비해 의사수도 너무 부족하고, 연봉도 낮은게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필수의료 기본대책 등을 통해 전공의 연속근무 36시간 제한,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다양한 땜방식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지원율을 높이기에는 턱없는 대책이 아닐 수 없다. 필수의료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지원은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의대 정원수 결정은 급격하게 늘리기 보다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이해 당사자간 조정이 필요한 문제이다. 좀더 신중한 분석과 예측을 통해 정확한 정책을 시행한다면 국가의 의료 서비스와 의학 분야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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